[단독] "北 전술핵, 용산서 터지면 최대 31만명 사상" …10kt 핵공격 시뮬레이션 해보니
입력2022-09-13 11:07:57 수정 2022.09.13. 12:53:41
민병권 기자
수백만도 화염에 국가안보중추 즉시 증발
방사선·열복사· 등 1km이상 퍼져 인명 피해
핵낙진 경부축 반도체라인 덮쳐 경제에 참화
국방부 "北, 핵 사용 기도하면 자멸할 것"경고
과거 미국 핵실험 장면/사진출처=atomicarchive닷컴
#20XX년의 어느 봄날 이른 새벽 서울 용산 일대 상공에서 태양보다 밝은 섬광이 번뜩이더니 천지가 진동했다. 이윽고 최대 지름 3.85km 크기의 버섯모양 구름이 지상 5.79km상공까지 치솟았다. ‘선제핵 타격’ 으름장을 놓았던 북한이 기어코 야음을 틈타 용산 대통령실 청사를 향해 10kt급으로 파괴력을 줄인 저위력 핵미사일을 쏜 것이다. 직접적인 폭발충격(핵방사선, 열복사, 폭풍파 등 포함)에 따른 사상자는 최대 31만여명에 이르렀다. 그중 사망자는 5만명에 육박했다. 여기에 더해 핵낙진 피해까지 감안하면 실제 인명 피해는 중·장기적으로 훨씬 더 늘어나게 된다.
*NOSAR 측정 기준으로 10kt 위력이었던 3차 북핵실험 수준의 핵무기를 용산 상공 500m에서 폭발시킬때 발생하는 피해를 ‘누크맵’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임./서울경제DB
이는 10kt 규모의 저위력 북한 전술핵무기가 서울 용산에서 폭발하는 것을 가정해 서울경제신문이 시뮬레이션한 가상의 핵전쟁 상황 분석 결과다. 본지의 이번 분석은 북한의 지난 8일 핵보유 법제화로 대남 핵공격 위협이 한층 고조된 것에 대비하자는 취지에서 실시됐다. 용산에서의 핵폭발을 가정한 것은 북한이 이번 핵보유 법제화를 통해 '적대세력 지휘부에 대한 즉각적인 자동 핵타격’을 명시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번 핵보유 법제화를 통해 핵무기를 ‘령토완정(領土完整, 영토를 완전히 갖춤)’의 기본역량으로 정의했다. 같은 날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시정연설을 통해 ‘전술핵 운용공간을 부단한 확장’할 것을 지시했다. 따라서 북한은 향후 7~8차 핵실험에 나설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특히 7차 핵실험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3번 갱도에서 10~20kt안팎의 저위력 전술핵무기를 경량화해 폭파 테스트를 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군 및 학계의 주요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핵 한방에 ‘용산~강남~과천~용인~수원’ 피해
본지는 핵위협 분석사이트 ‘누크맵(NUKEMAP)’의 공개 프로그램을 사용해 핵무기 위력을 시뮬레이션했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상공 500m에서 10kt의 핵무기(NORSAR 분석기준의 2013년도의 3차 북핵실험 위력)이 터졌다고 가정했다. 이는 “핵탄두가 약 0.5km 상공에서 터트려야 충격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의 분석을 반영한 것이다.
그 결과 핵폭발로 약 1초만에 지름 150m 규모의 거대한 불덩어리(화구)가 형성됐다. 화구 내 온도는 최대 수백만도에 달해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집어삼켰다. 윤석열 정부의 용산청사 시대 추진으로 관내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인접한 대통령실 청사와 국방부 겸 합동참모본부 청사 등 국정·안보의 중추가 이 같은 화구 속에 증발했다. 폭발원점 바로 밑의 지표에는 지름 80m(외경 기준)의 구덩이가 최대 20m의 깊이로 생겼다. 천행으로 대통령은 이번 저위력 핵무기의 직접적인 타격을 범위를 비껴갈 수 있었다. 새 대통령관저(기존 외교부 공관)가 대통령실 청사에서부터 직선거리로 동북방 약 3km 거리에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7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북한의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 장면. 전술핵탄두를 탑재해 대남공격 등에 사용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시민들의 피해도 컸다. 해당 핵무기 폭발로 초고온의 열복사선이 사방으로 퍼져졌다. 특히 폭심지 기준 지름 1.67 km 내의 주변 지역에 열복사선에 노출된 사람은 50% 확율로 치명적인 3도 화상을 입었다. 열복사선에 직접 노출되지 않았어도 지름 1.25km내 생물은 5시버트(Sv, 5Sv=500rem) 이상의 치명적 방사선에 노출돼 피폭자 대다수가 4일~1달 사이에 사망하거나 치명적인 상태에 빠졌다. 해당 기간 내에 생존한 5시버트 이상 피폭자중 15% 이상은 방사선 후유증에 따른 암 질환으로 점차 죽어갔다.
북한이 10kt급 전술핵무기를 용산 상공 500m에서 폭발시켰을 경우 핵낙진의 피해 범위 시뮬레이션 결과. 동남풍을 타고 경기도 과천, 성남, 용인 등을 지나 안성시 보개면 일대까지 핵낙진(주황색으로 피해범위 표시)이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누크맵 프로그램 시뮬레이션 결과 기준 /서울경제DB
직접적인 열·방사선·폭풍파의 충격은 주로 종로, 원효로, 한남동 부근 등 강북지역에 국한됐다. 그러나 악몽은 한강 이남에도 미쳤다. 낙진 피해다. 북한은 이날 바람이 남쪽 방향으로 불 때를 미사일 발사 시점으로 골랐다. 북쪽으로 낙진이 날아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낙진은 도발원점에서 남동쪽으로 100km가량이나 날아가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일대에 다달았다. 한강 이남의 서울 강남권은 물론이고, 경기도 과천시와 성남시· 용인시 기흥구 등 대한민국 전자산업 중추인 수도권 경부축이 상당기간 낙진피해를 입게 됐다. 한미연합이 반격에 성공해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더라도 우리 경제는 단기간에 회복하기 힘든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되는 셈이다.
미국 군비통제협회가 분석한 2021년 기준 아시아 주요국들의 핵탄두 보유량 추정치.북한은 약 40~50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제공=미국 군비통제협회
◆선제핵 공격 법에 못박은 北 저의는
물론 이 같은 핵공격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일 뿐이다. 단기간 내에 북한이 한미를 상대로 선제 핵공격을 가할 가능성은 아직 적다. 북한이 현재 보유한 핵무기의 량이 현재 최소 20~30개(미국 핵과학자협회 추정치)나 40~50개(미국 군미통제협회 추정치), 최대 약 100개(아산정책연구원 및 영국 랜드연구소 추정치) 수준에 불과하다. 이 정도 수준의 핵무력으로 수천기의 핵무기를 갖춘 미국이나, 강력한 재래식 첨단정밀유도무기로 무장한 한국의 군사동맹을 상대로 전면전을 걸어봐야 승산이 없다.
'현무'시리즈로 알려진 국산 고위력 탄도미사일이 충남 태안 ADD 종합시험장에서 시험발사되는 모습. 북한의 대남 핵도발 징후가 포착되면 우리 군은 선제적 자위권 차원이나 사후보복 차원에서 고위력탄두 미사일 등으로 도발 원점과 지휘부를 타격할 계획이다. /사진제공=ADD
다만 윤석열 정부 임기말인 2020년대 중후반이나 차기 정부 임기인 2030년 전후에는 북한의 핵 위협이 현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질 수 있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랜드연구소가 지난해 발간한 ‘북핵위협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7년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은 최대 200여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 정도면 중견 핵보유국인 영국, 프랑스에 버금가는 수준이 된다.
북한의 핵무력이 중견 핵보유국 수준에 달하면 미국에 대해 핵군축 협상 및 주한미군 감축·철수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달성하면 핵무력을 기반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의 한반도 관여를 배제하면서 핵협박으로 대한민국을 북한의 영향권에서 통제하면서 점차 흡수통일을 하려할 우려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동맹의 강화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외교와 경제지원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는 ‘담대한 구상’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당면한 북한의 핵강압 및 핵군축 가능성에 대비해 군사적 힘의 우위로 대북억제력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약 56개월만에 오는 16일 열리는 한미간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에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에 대한 대응책으로 미국 전술핵 무기의 한반도 배치 및 주변 공해에 전략핵자산 전진 배치 강화 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이미 철수한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에 외교적 부담을 느낄 경우 한국 및 주변 우방들과 미국의 전술핵을 함께 운용하는 나토식 핵공유 방안도 차선책이 될 수 있다.
한편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대변인 직무대리)는 13일 정례브리핑으로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고 밝혔다. 문 부대변인은 북한이 최근 법제화를 통해 선제 핵공격 가능성을 열어좋은 것에 대해 “(북한이) 핵사용을 기도하면 한미의 ‘압도적 대응’에 직면해 북한 정권은 자멸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미동맹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더욱 강화하고 한국형 3축 체계의 획기적 확충과 전략사령부 창설 등 북핵 위협에 대한 억제력을 다욱 강화함으로서 북한이 핵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병권 기자
정치부
newsroom@sedaily.com
서울경제,
https://www.sedaily.com/NewsView/26B23OHVBM
[블로거 주]
일전 올렸던 포스트 참고용으로 덧붙입니다.
[핵폭탄 터지면 실내로 대피, 뉴욕시 동영상 논란] 고득관.매일경제 – 핵전쟁 대피요령 관련 잔소리는 자주 듣는 것이 유익합니다. 제가 그새 올렸던 포스트 중 나은 것을 첨부해서 올립니다. ■서울 핵폭발 대피법(국군지휘통신사령부 조규표 대령) ■핵공격에서 살아남기(TED.2008.어윈 레드너)
"이러다 다 죽어?"…핵폭탄 터지면 실내로 대피, 뉴욕시 동영상 논란
고득관 기자
입력 : 2022.08.23 22:57:49 수정 : 2022.08.23. 22:59:50
미국 뉴욕시가 만든 동영상 한편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핵폭탄 공격을 받을 경우 시민의 대응 요령을 설명한 동영상인데 핵공격의 위력을 감안하지 않은, 사실상의 세금 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즈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시 위기관리국이 지난달 유튜브에 공개한 90초 분량의 동영상은 뉴욕이 핵공격을 받을 경우에 대한 대응 요령을 전하고 있다. 문제는 이 대응요령이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점이다.
유튜브 동영상에서 뉴욕시는 핵폭탄 공격을 받을 경우 우선 신속하게 실내로 대피하고, 폭발 당시 외부에 있었다면 즉시 몸을 씻어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라고 조언한다. 이어 언론보도를 주시하면서 뉴욕시의 공식 발표를 기다리라고 전한다.
이 동영상은 조회수가 80만건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동영상에 등장하는 대응요령을 두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핵폭탄이 터지면 대피할 만한 실내가 과연 있겠느냐는 반응이다.
도넬 하빈 미국 랜드(RAND) 연구소 선임 과학자는 뉴욕시의 동영상에 대해 "세금 낭비"라며 "뉴욕에서 현대식 핵폭탄이 터진다면 집에 들어갈 수도 없고, 문을 닫을 수도 없을 것이다. 집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핵폭탄 대응법을 담은 동영상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옹호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world/view/2022/08/746217/
[시지프스 속 서울 핵폭발, 실제라면 어떻게 피할까] 박대로^뉴시스 - [부제] ■드라마 시지프스, 서울시내 핵폭발 묘사 ■국군지휘통신사령부 조규표 대령 설명 ■골절·화상·실명·백혈구 손상 등 큰 타격 ■서울 한복판 공중폭발 시 상당수 피해 ■100㏏급 용산서 터지면 370만명 사망
[군사대로] 시지프스 속 서울 핵폭발, 실제라면 어떻게 피할까
등록 2021-03-21 09:00:00 | 수정 2021-03-21 09:12:36
드라마 시지프스, 서울시내 핵폭발 묘사
국군지휘통신사령부 조규표 대령 설명
골절·화상·실명·백혈구 손상 등 큰 타격
서울 한복판 공중폭발 시 상당수 피해
100㏏급 용산서 터지면 370만명 사망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드라마 시지프스는 2020년 10월31일 서울 한복판에 핵폭탄이 떨어지는 상황을 그린다. 어디선가 셀 수 없이 많은 미사일이 잇따라 날아들어 서울시내 곳곳을 타격한다. 미사일에 장착된 핵폭탄이 터지는 순간 방공호에 숨은 박신혜와 아버지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서울시민이 사망한다. 명동 등 서울 도심은 폐허가 된다. 파국이다.
터무니없는 상상이 아니다. 실제로 서울에서 핵폭탄이 터지면 그 피해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외교든 국방이든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핵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군지휘통신사령부 소속 조규표 육군 대령은 최근 한국방위산업진흥회 발간 '국방과 기술' 3월호에 기고한 '핵무기 효과 이해와 국민의 생존 보장 위한 방호대책 연구'라는 글에서 핵폭발 때 일어나는 일들을 소개했다.
핵무기 폭발 때 발생하는 분열에너지 중 85%는 폭풍과 열복사선으로 전환된다. 나머지 15% 중 약 5%는 폭발 후 1분 이내에 생성되는 초기 핵방사선, 약 10%는 잔류 핵방사선이다. 잔류 핵방사선은 핵폭발 후 파편에 있는 방사능 물질에서 나온다.
핵무기가 폭발하면 대량의 에너지가 제한된 공간 안에서 대단히 짧은 시간 동안 급속도로 방출된다. 온도와 압력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주변 모든 물질은 고압·고열 가스로 변한다. 이 가스는 폭발지점으로부터 외부 방향으로 급속히 팽창하고 이 과정에서 충격파가 발생한다.
핵폭발 때 발생하는 충격파는 폭풍파라 불리는 강풍을 수반한다. 공중폭발 후 형성된 화구(fireball)도 급속도로 팽창한다. 화구의 크기가 커지면서 폭풍파는 화구 중심에서 바깥으로 팽창한다. 이 과정에서 팽창한 공기층은 이동 경로상에 있는 모든 사람과 시설에 피해를 준다.
팽창한 공기층은 모든 물체를 누르고 부스러뜨린다. 핵폭발 지점으로부터 가까운 곳일수록 압착·분쇄가 심하다. 폭풍파가 핵폭발 지점에서 밖으로 이동하면 강풍이 뒤따라 발생한다. 이 강풍은 사람과 건물을 밀어 넘어뜨리고 건물에 균열을 일으킨다.
폭풍파의 높은 압력은 인체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핵무기 폭풍파는 재래식 고폭탄에 비해 압력이 훨씬 크고 지속시간도 길어 인체에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 폭풍파에 휩쓸리면 인체는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땅으로 떨어진다. 이 때 골절이나 두개골 파열, 각종 장기 파열, 고막 파열 등이 발생한다. 폭풍파로 인한 건물 붕괴, 그리고 날아다니는 유리와 나무, 부스러기 등이 일으키는 간접적인 피해 역시 위협요소다.
핵무기가 폭발하면 열복사선이 방출된다. 동일한 중량의 재래식(화학) 무기를 폭발시킬 때 생성되는 에너지보다 핵무기의 경우가 수백만배 크다. 폭발 후 온도 역시 재래식 무기는 2000~3000도지만 핵무기는 수천만도에 이른다.
열복사선의 직접적인 피해는 섬광화상 때문에 발생한다. 섬광화상은 열복사선에 인체가 직접적으로 노출될 때 발생한다.
열복사선은 실명도 유발한다. 핵무기 폭발과 동시에 발생한 섬광은 안구에 섬광실명이나 영구적 실명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때 섬광은 태양광보다 강하다.
낮에 핵폭탄이 터질 경우 섬광실명은 핵폭발 지점이나 반사면을 정면으로 응시한 사람에 한해 발생한다. 반면 야간에는 폭발지점 응시 여부를 떠나 핵폭발 지역 일대 거의 모든 인원이 실명된다. 섬광실명 후 시력을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낮에는 약 3~10분, 밤에는 최소 15분 이상이다.
열복사선 때문에 발생한 화재로 화염 화상을 입을 가능성도 크다. 열복사선으로 인한 열이 인화성 물질과 접촉하면 불이 붙는다. 도심에서는 종이, 쓰레기, 커튼, 풀, 나뭇잎 등이 화재를 일으킨다. 파손된 가스관에서 누출된 가스에 열복사선이 닿으면 화재가 난다. 주유소나 화학물 취급소도 핵폭발 시 화재 위험지역이다. 또 높은 온도의 가스 또는 먼지구름이 실내로 유입돼 인체에 화상을 일으킨다. 산림지대에서도 마른 나무 탓에 산불이 발생할 수 있다.
1Mt(메가톤) 핵폭발이 있을 경우 1도 화상은 폭발지점에서 약 11㎞ 이내에서 발생한다. 2도 화상은 약 10㎞ 이내에서 발생하며 3도 화상은 약 8㎞ 이내에서 나타난다. 3도 화상이 몸의 약 24% 이상에서 발생하거나 2도 화상이 몸의 약 30% 이상에서 발생할 경우 신속한 특수응급화상치료가 없으면 쇼크로 사망한다.
핵방사선에 의한 방사능 피폭 역시 공포의 대상이다. 핵무기 폭발 시 가까운 거리에 방출되는 중성자와 감마선에 인체가 직접 노출된다. 낙진에서 나오는 방사선에 인체가 노출될 수 있다.
핵폭발과 함께 하늘로 올라간 먼지와 가벼운 잔해들이 지표면으로 다시 떨어진게 낙진이다. 가장 위험한 낙진 알갱이들은 모래 크기 알갱이다. 이 알갱이는 상공에 눈에 보이는 얇은 먼지층을 형성한다. 생존자와 긴급대응인원들에게 가장 위험한 낙진은 약 24시간 안에 땅으로 떨어진다.
낙진의 방사능은 일반적으로 7시간 이후 10배 감소하고 49시간 뒤에는 100배 감소하며 2주 이후에는 약 1000배 정도 감소한다. 낙진을 피하기 위해 생존자는 지하대피시설에서 핵폭발 이후 약 3주 정도 견뎌야 한다.
방사선에 노출된 인체는 최초 30일 이내에 회복되지 않는다. 혈액 조직이 피폭 1년 후까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방사선 강도가 셀수록 혈액 속 백혈구가 입는 손상이 커진다.
핵무기 폭발 때 집이나 건물 안에 머문 사람은 폭풍파나 열복사선, 초기 핵방사선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다만 폭발 원점으로부터 가까이 있으면 폭풍파 위력이 지나치게 커서 시설물 붕괴로 사망할 수 있다. 폭발 지점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건물 안에 있다하더라도 파편이나 부스러기가 많이 유입되는 건물이라면 간접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핵폭발 후 고온과 화재로 달궈진 건물 잔해나 돌은 수일동안 계속 고온을 방출한다. 이는 지하 대피소로 피한 생존자들에게 고통을 준다. 여기에 화재로 인한 연기와 고온이 결합하면 1차 폭발에서 생존한 생존자들에게 심각한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일본 히로시마 핵폭발 등 사례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1Mt급 핵무기가 지표면에서 폭발할 경우 폭발지점으로부터 2.7㎞ 안에 있는 사람 98%가 폐손상 등으로 사망하고 2%가 다친다. 이 범위 안에 있는 건물은 내진설계가 돼있지 않을 경우 즉각 파괴된다. 2.7㎞에서 4.8㎞ 구간에 있는 사람 중 50%가 숨지고 40%가 다치며 10%만 피해를 면할 수 있다.
만약 핵무기가 지표면이 아닌 공중에서 폭발할 경우 13㎞ 떨어진 곳까지 피해 범위가 넓어진다. 결론적으로 서울 한복판에서 핵폭탄이 공중폭발할 경우 서울시민 상당수가 사망하거나 다치는 셈이다.
윤민우 가천대 경찰안보학과 교수는 '핵공격으로 인한 핵폭발의 영향에 대한 이해와 경찰의 대응방안' 논문에서 "미사일에 실려 한국의 도시들을 타격할 북한이 보유한 핵폭탄의 위력은 이미 50-100㏏ 또는 100-150㏏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이 15㏏급"이라며 "15㏏급 핵폭탄이 서울 용산 상공에서 폭발하는 것으로 시뮬레이션을 했을 때 62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그리고 100㏏급 핵폭탄이 같은 지점에서 폭발했을 때 370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핵미사일 공격 경보발령이 내려지면 5분 정도 뒤에는 핵폭발이 일어난다. 핵폭발 직전에 긴급대피시설로 가는 게 중요하다. 긴급대피시설은 지하철역·지하통로, 건물·주차장 지하, 지하대피시설 등이다. 서울 지하철망과 광역철도망을 이용해 지하를 통과하는 긴급피난도 고려해 볼만하다.
강남 지역 주민은 지하철 통로를 통해 수서역으로 이동한 후 SRT 고속철도 지하노선을 통해 동탄을 거쳐 지제역까지 지하로 이동해 대피할 수 있다. SRT 노선이 수서에서 동탄, 지제까지 지하로 연결돼있다. 반면 강북 지역 주민은 한강 때문에 지하를 통해 경기 남부 지역으로 이동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핵폭발 후 불거질 사회갈등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핵폭발 초기에는 서로 협조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위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생존자 간 폭력과 절도, 강도 등 범죄와 폭력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윤민우 교수는 "고온과 나빠진 공기질, 파괴 이후의 정신적 충격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분노와 우울 등은 갑작스런 분노와 폭력을 야기할 수 있다. 핵폭발 이후 귀해진 오염되지 않은 물과 식량, 의복 등에 대한 수요는 이를 둘러싼 강, 절도, 부당거래 등과 같은 여러 문제들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며 "가족과 재산 등을 잃고 실의에 빠진 군중들은 폭도로 돌변하거나 폭동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https://newsis.com/view/?id=NISX20210317_0001373787
핵공격에서 살아남기 - 핵전쟁을 개관해줍니다. 주로 핵테러의 가능성과 대상이 될 미국 도심의 피해에 대해 좀 자세히 설명합니다. 핵폭탄의 개념이나 핵전에 당면했을 때의 행동수칙도 가르쳐줍니다. 배울 점이 많아 동영상을 곁들여서 올립니다. (TED. 2008)
핵공격에서 살아남기
Surviving a nuclear attack
어윈 레드너 Irwin Redlener:
TED2008 · 25:18 · Filmed Feb 2008
0:11 우리는 지금 커다란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 문제는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핵공격 위험을 안고 있을까요? 그런데 어쩌면 우리는 이보다도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더 중요한 문제에 당면해 있을지 모릅니다. 그것은 바로 핵공격의 가능성을 영원히 제거한다는 개념인데, 즉, 핵무기의 위협을 영원히 제거하는 것입니다. 제가 여러분의 주목을 끌고 싶은 사실은 핵무기가 처음으로 개발된 이래 바로 지금 이 순간까지 사실상 우리는 위험한 핵무기 속에서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핵무기의 위협 하에 살아온 기간은 두 단계로 나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0:50 먼저, 핵시대는 1945년에 막을 올렸습니다. 미국은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 소수의 핵무기를 개발했는데, 그들의 생각은 매우 간단했었지요. 원자의 힘을 이용하여 질질끌리며 계속되는 2차대전의 만행과 공포를 종식시키자는 것이었지요. 당시 미국은 유럽과 태평양지역에서 2차 대전에 참전하고 있었지요. 1945년 당시 미국은 유일한 핵보유국이었습니다. 미국은 소수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1945년 8월, 그 중 두 개를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하였으며, 그 두 곳을 합쳐 총 25만명 정도의 인명을 살상했지요.
1:24 그 이후 몇 년 동안, 미국은 지구상 유일한 핵보유국이었습니다. 하지만 1949년에 소련은 미국이 유일한 핵보유국가라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하며 미국에 필적하기 시작했지요. 1949년에서 1985년까지는 핵무기를 축적했던 매우 특별한 시기였는데 이 기간에 축적되었던 핵무기 수는 1940년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이 지도는 1985년도의 총 핵무기량을 보여주는데 각 적색 폭탄은 1000개의 핵탄두를 나타냅니다. 그 당시 전세계에는 6만 5천 기의 핵탄두와 "핵클럽"으로 알려진 7개국이 있었지요.
2:09 이 기간은 특별한 시기였는데 당시에 미국과 다른 국가들이 가지고 있었던 사고방식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하지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1985년 이후 아무 때나 상관없이 95%의 핵무기가 발사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미국과 소련이 비축한 핵무기의 일부입니다. 1985년 이후 소련이 붕괴되기 전까지, 핵무기의 감축이 진행되었습니다. 우리는 핵비확산 작업을 통해 약 21,000기에 달하는 핵탄두를 지구상에서 제거했습니다. 정확한 수치를 말하기는 어려운데, 실제로 일부 핵탄두는 "해체"된 것을 계산에 넣었기 때문입니다. "조립"만 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지요. 이 계산법은 매우 복잡합니다.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핵무기는 이전의 1/3 정도라고 추정합니다. 이 와중에 두 국가가 "핵 클럽"에 가입했습니다. 바로 파키스탄과 북한입니다.
3:05 우리는 여전히 여러 국가의 완전 무장된 핵무기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상황은 매우 달라졌습니다. 저는 핵위협을 두 시기로 나누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시기는 1949년에서 소련이 붕괴한 1991년까지입니다. 이 시기는 초강대국이 핵무기 경쟁을 했던 시기였지요. 국가대 국가의 매우 불안한 대립으로 특정되는 시기입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이러한 시절을 겪어 왔는데 혹자는 지금도 말 그대로 눈 깜짝 할 사이에 파국적인 재앙을 맞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 살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3:52 우리는 그동안 MAD라는 전략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지요. 바로 "상호확증파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만약 우리를 공격한다면, 우리도 사실상 거의 동시에 공격할 것이란 의미입니다. 그 최종 결과는 아마도 양국의 파괴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스스로를 파괴한다는 위협이 발사를 주저시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 왔습니다. 물론 그에 따른 위험도 있습니다. 레이더 화면의 오류가 상대국에서 핵공격을 하지 않았는데도 잘못된 보복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첫 시기 동안에는 잠재적인 핵 파국에 대한 대중의 인식 수준이 높았으며 우리의 집단의식 속에 지울 수 없는 이미지로서 핵무기로 인한 대학살과 절대적인 세계적 파괴가 발생하여 문명을 종말 시킬 수 있다는 것이 자리 잡았습니다. 이것이 첫 번째 시기입니다.
4:50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흥미 있는 점은 우리 모두가 핵전쟁이 문명의 종말을 초래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국과 소련은 핵전쟁에 대한 일련의 대응 대책을 실행했다는 점입니다. 정말 믿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제 1 전제는 우리는 세계를 파괴 할 것이라는 것이고, 2 전제는 왜 그것에 대비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우리에게 한 행동을 추려서 말하자면 다음과 같지요. 여러분도 다음 사항들을 기억하시겠지요. 1950년 이후 태생이시면 그냥 재미로 들어주시고 그렇지 않으면 추억의 오솔길로 들으시기 바랍니다.
5:23 이건 거북이 버트이지요. 이 거북이의 역할은 핵전쟁이 발발했을 경우 어린 학생들이 책상 밑에서 쪼그리고 앉도록 가르치기 위한 것이었지요. 이것의 이론은 아주 간단하지요. 핵무기로 인한 대재앙이 생길 때 책상 밑에 숨으면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6:02 (웃음)
6:04 제가 의과대학에 다닐 때 비록 심리학 점수는 형편없었지만 이것은 심각한 망상이라고 생각했지요.
6:11 (웃음)
6:13 그리고 우리들은 대중에게 지하실로 대피하라고 말하고 낙진 대피소를 건설하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대피소는 핵전쟁을 하지 않을 때는 서재, TV 시청실, 또는 십대 청년의 경우 여자 친구와 몰래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 적합할지 모르지요. 그러니까 사실 핵대피소는 여러 목적으로 사용이 가능하지요. 조립형 핵대피소는 간단히 땅을 파고 묻으면 되지요. 그 당시 일반 조립형 모델은 몇 백 달러 정도였고, 딜럭스 모델은 500불까지 했지요. 그런데 그 당시 몇 퍼센트의 미국 가정이 핵폭탄 대피소를 설치했다고 생각하십니까? 핵대피소가 있는 집에 살았던 인구가 얼마나 되었을까요?
6:49 2% 미만이었지요. 지하실에 대피 공간을 만들거나 또는 실지로 핵대피소를 지은 사람은 우리가 아는 한 1.4% 정도였지요. 뉴욕시를 비롯한 많은 도시의 많은 공공건물에는 이와 같은 작은 민간방위 표시가 달려 있었지요. 그 당시의 사고방식은 핵무기가 터지는 경우 그런 대피소로 가면 안전하다는 것이었지요. 미국 정부 역사상 가장 망상 같은 조치의 하나는 카트리나 재해를 통해 잘 알려진바 있는 연방비상관리국(FEMA)의 초창기 시절의 이야기 이지요. 이것은 FEMA 최초의 대국민 발표였었지요. 그들이 제안한 것은, 사실 정부는 사실상 6권 분량의 문서를 편찬했었지요, 핵전쟁시의 인구이동 계획이었지요. 소련이 공격할 때 미국에 3~4일의 사전 경고가 주어질 것이라는 가정 하에 준비된 것입니다. 그 목표는 공격 대상 도시의 인구를 피난시키는 것이었지요. 즉, 공격 대상 도시의 전 인구를 시골로 피난시킨다는 것이지요.
7:50 하여튼 그래서 저는 그 많은 인구를 피난시킨다는 것과 3-4일의 시간여유를 가질 것이라는 것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실제로 상원에서 증언했지요. 그것은 완전히 엉뚱한 생각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국민을 살리기 위해 그렇게 한다는 말을 했지만 알고 보니까 정부는 뚱딴지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더군요. 즉, 우리가 도시 인구를 시골로 피난시키면 소련이 도시 뿐만 아니라 도시 인구가 피난 간 시골도 공격해야 하니까 소련이 비싼 원자탄을 두 배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지요. 피난 정책의 이면에 이런 정부의 속셈이 있었지요. 정말, 매우 무서운 것이었습니다.
8:26 여기의 핵심은 이런 모든 대책들은 핵전쟁의 현실과는 완전히 거리가 멀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민간보호 프로그램은 핵전쟁에서 발생하는 것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사회책임을 위한 의사회'와 같은 단체들은 1979년 경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홍보를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각 도시로 가서 "이게 당신네들 도시의 지도인데 원자탄이 터지면 이렇게 됩니다"하고 캠페인 했지요. 따라서 핵전쟁이 전면적으로 발생할 경우 의료 대응의 가능성이나 의미 있는 준비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줬지요. 따라서 우리는 생존하려면 핵전쟁을 방지해야 합니다. 핵전쟁에 대한 현실성 있는 대책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그리고 또 발생한 것은 우리가 핵위협의 두 번째 시기에 들어선 것입니다. 그 시작은 1945년입니다.
9:13 두 번째는 1991년에 시작됐습니다. 소련이 붕괴되었을 때, 미국은 대부분의 경우, 잠재적으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사실상 적국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요. 이점은 제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지요. 1991년부터 지금까지는 2001년도의 테러 사건으로 갑자기 부상하게 된 바 있는 단회적인 핵테러 사건에 대한 우려가 전면핵전쟁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공포감을 대체하고 있지요. 시나리오가 바뀌었음에도 사실상 고려해볼 때 핵전쟁이 의미하는 정신적 측면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가 곧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핵테러의 위협이란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에는 4가지 핵심요소가 있지요.
9:57 그 첫 번째는, 제가 앞서 보여드린 지도에 보여드렸던 각국의 핵무기들이 모두 안전하게 보관돼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구소련, 지금 러시아의 핵무기가 특히 안전하지 않습니다. 매우 많은 핵탄두가 저장된 사이트는 물론이고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 핵분열성 물질이 저장된 많은 사이트가 절대적으로 안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매각, 도난 등 뭐든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누구나 이런 핵물질을 입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1993년에서 2006년에 걸쳐, 국제원자력기구는 175건의 핵물질 도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18건은 고농축 우라늄이나 플루토늄과 관련된 것인데, 핵무기 제조의 핵심 원료입니다. 현재 고농축 우라늄의 국제적인 비축분은 최저 1,300톤에서 약 2,100톤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중 100톤 이상이 전혀 안전하지 않은 러시아의 시설에 보관되고 있습니다. 10킬로톤짜리 폭탄을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재료가 필요하리라고 생각하십니까? 34 kg이면 충분합니다.
11:06 따라서 여러분께 보여주고 싶은 것은 바로 34 kg의 고농축 우라늄의 부피가 얼마 정도되는가 입니다. 이것은 브랜드 광고가 아닙니다. 단지 ~ 사실상 내가 코카콜라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입니다만,
(웃음)
하지만 ~ 하여튼, 불과 이 정도 밖에 안 되지요.
11:29 경비가 허술한 시설에 저장된 100톤의 비축분에서 요정도의 핵물질을 구매하거나 훔친다면, 히로시마에 사용된 형태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플루토늄을 찾고 있다고 해봅시다.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핵분열성 물질로써 말이죠. 4.5 ~ 5.9 kg의 플루토늄이 필요합니다. 자, 플루토늄 4.5 ~ 5.9 kg ~ 이것입니다. 이 정도의 플루토늄이면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무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자 이게 현실입니다. 이미 저는 ~ 알다시피, 이것을 생각해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이런 생각을 정말 하기 싫습니다. 이러한 물질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손쉬운 일이라는 생각 말입니다.
두 번째는 제조 노하우입니다.
12:17 실제 테러조직이 핵무기 제조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노하우가 있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믿기 어려울 정도의 노하우가 존재합니다. 각 부품에서 핵무기를 어떻게 조립하는가에 대한 상세한 정보도 있습니다. 핵무기 만드는 법에 관한 책도 있습니다. 핵무기를 조립하고 개발하는데 필요한 모든 부품을 생산하고 조립할 수 있는 테러 공장을 만드는 설계도도 있습니다. 이 모든 정보를 쉽게 구입할 수 있지요. 여러분이 대학 수준의 물리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사실 대학 수준으로는 좀 어렵겠지만, 하여튼 현재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정보를 사용하여 핵무기를 만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13:03 세 번째 요소는 핵 테러 위협이 있다면, 누가 그런 일을 벌일까요? 오늘의 테러는 고도로 조직화된 개인들이 하는 것이지요. 그들은 매우 헌신적이며 최선을 다합니다. 그들은 국적이 없습니다. 혹자는 말하기를, 알카에다는 반송주소가 없다고 합니다. 따라서 핵공격을 당할 경우, 누구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그들은 보복이 불가능한 존재들이지요. 형편을 호전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보복도 불가능하고 그들은 우리에 큰 피해를 주기위해 자신의 목숨도 포기 합니다. 따라서 상호확증파괴라는 위협은 이들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지요.
13:47 이 자는 수라이만 아부 가이스로서 오사마 빈 라덴의 핵심 부관이었지요. 이 사람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성명을 수차례 발표했지요: "우리는 4백만 미국인을 죽일 권리가 있으며, 그 중 2백만은 아이들이어야 한다." 심지어는 우리 국내에도 자기들이 가진 이유로 우리를 해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990년대 발생한 맥베이, 니콜라스, 오클라호마시티 공격은 국내 테러리스트의 좋은 사례입니다. 그들이 핵무기를 수중에 넣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네 번째 요소는 미국의 고가 목표물들은 접근이 용이하고, 방위가 약하며, 그 수가 많다는 것입니다.
14:19 이것은 오늘 여기서 취급할 내용이 아니지만 9/11 사건이후 미국이 달성한 보안 수준은 믿기 힘들 정도로 부적절하다는 것입니다. 카트리나 재해는 대규모의 재해에 대한 미국의 준비가 얼마나 허술한가를 보여주었지요. 매년 7백만개의 화물 컨테이너가 미국에 도착합니다. 그 중 5~7%만이 조사를 받습니다 ~ 불과 5~7%입니다.
14:46 이 사람은 알렉산더 레베드입니다. 옐친 시절 장군이었으며, 의회에서 러시아가 가방 폭탄을 개발하고 있다고 연설했는데, 그 폭탄의 위력은 매우 약해서 0.1 ~ 1 킬로톤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히로시마의 경우 13 킬로톤이었지만 그래도 엄청난 피해를 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레베드는 미국을 방문하여 여러 차례 말한 바 있습니다. 사실상 80개 이상의 가방 폭탄의 소재를 알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모양으로 생겼습니다. 기본적으로 매우 간단한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이렇게 가방 안에 넣게 되면, 매우 휴대하기 편해집니다. 이 가방은 자동차 트렁크 안에 쉽게 넣을 수 있지요. 그리고는 어느 곳이든 가서 기폭시킬 수 있지요.
15:29 가방폭탄을 안 쓴다면 허술한 핵무기 시설에서 유출된 히로시마에 떨어진 '리틀보이' 정도의 핵탄두를 사용할 수도 있겠지요. 길이는 약 3미터, 무게는 약 4톤 정도입니다. 가까운 렌터카 회사에 가서 약 50달러면 핵폭탄을 운반할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트럭을 빌리면 출발할 준비가 완료됩니다. 이런 일은 무엇을 의미하고 누가 생존할 수 있을까요? 이런 종류에 대해서 정확한 확률을 계산할 수 없지만,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요소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누구든지 테러리스트들이 핵무기를 사용할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배제한다면 그것은 자기 자신을 속이는 행위입니다.
16:12 제가 알기로는 정보기관의 많은 사람들과 이런 문제를 다루는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원폭 테러 리스크를 줄이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다 나은 화물운송의 규제, 예방조치, 국내 항구에 입항하는 화물선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검색 등이 필요합니다. 우리를 더욱 안전하게 할 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국내 도시 한 곳에 핵폭탄이 폭발할지도 모릅니다. 저는 곧 전면핵전쟁이 발발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습니다. 강대국들이 비축하고 있는 핵무기는 수차례 반복해서 지구를 파괴하기에 여전히 충분한 양입니다. 인도, 파키스탄, 중동, 북한 등의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 시작한 지역적 핵전쟁이 급속하게 전면적인 핵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지요. 매우 염려되는 일이지요.
17:14 자 이제 우리는 브룩클린 다리를 지나 운행 중인 트럭으로 돌아가 봅시다. 아래로 줌해서 내려가서 방금 본 트럭을 금융지역에서 찾았습니다. 히로시마에서 사용된 것보다 약간 더 작은 이 10 킬로톤짜리 폭탄입니다. 방송국의 뉴스에서 말하는 식으로 몇 마디 정보를 드리지요. 먼저, 이것은 여러분이 상상할 수 있는 어떤 것보다 더 무시무시합니다. 바로 궁극의 공포입니다. 여러분이 폭발 반경 800미터 안에 있었다면, 90% 이상 살 가망이 없습니다. 바로 폭발 지점에 있었다면, 여러분은 증발해버립니다. 말씀드리지만, 별로 좋은 일은 아닙니다.
18:10 (웃음)
18:12 상상하건데 3.2 km 내에 있었다면, 죽을 확률이 50%에 달합니다. 13 km에 달하게 되면~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그 즉시 죽는 것입니다~ 약 10~20%가 그 자리에서 즉사할 것입니다.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핵폭발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여기 중심부의 온도가 수천만 도까지 올라가며,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열, 강한 방사선을 비롯해 폭발효과 형태로 발산됩니다. 엄청난 태풍과 같은 바람이 여기 노란 중심부에서 발생하여 건물들을 거의 초토화시킬 것입니다. 여기서 결론이자 초점을 두고자 하는 것은 만일 여러분이 여기에 있다면, 어떻게 될까입니다. 우리가 지금 구시대의 전면 핵공격을 이야기한다면 여기에 있는 사람들도 여기 폭발지점에 있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로 죽습니다. 그놈이 그놈이지요. 하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것은 여러분이 초기 폭발에서 살아남을 경우, 여러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폭발이 발생할 때, 결코 우연이라도 그것을 쳐다봐서는 안 됩니다.
19:17 (웃음)
19:19 그것을 바라본다면, 여러분은 일시적이나 영구적으로 장님이 될 것입니다. 눈을 돌리는 것 등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핵무기가 폭발된 후 폭발장소 부근에서 여러분이 아직 살아있다면, 그 폭탄의 크기와 폭발 장소에 따라 다르지만 폭발지점에서 올라간 버섯구름에서 곧바로 지면을 향해 떨어지는 치명적인 방사선에 노출되기 전 10-20분 이내에 다른 곳으로 피신해야 합니다. 그 10~15분 사이에 여러분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적어도 폭발 지점에서 1.6 km 밖으로 피해야 하는데, 무슨 일이 발생하는가 하면, 여러분께 보여드릴 낙진 구름이 20분 안에 수직으로 낙하하고, 24시간 내에 바람과 함께 치명적인 방사선이 흩어지는데 대부분은 특정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북동쪽으로 말입니다.
20:07 폭발 근처에 있었다면, 그 자리를 벗어나야 합니다. 이제 여러분은 엄청난 바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때 피난가야 할 방향은 바람이 부는 방향의 수직 방향 또는, 폭발 현장이 바람이 불려가는 방향에 있는 경우,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그 자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벗어나지 못한다면, 매우 짧은 시간에 치명적인 방사선에 노출됩니다.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대피소로 가서 머무르길 바랍니다. 도심에서 대피소라는 것은 가능한 깊은 지하실이거나 고층건물에 있을 경우에는 높은 층을 의미합니다. 지상 폭발의 경우, 사실 거의 대부분은 9층 이상일 것이므로, 10층 또는 더 높은 층으로 피신해야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여러분은 가능한 빨리 그곳을 피해야 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핵폭발에서 생존할 수 있습니다.
21:00 그 이후 며칠 혹은 일주일 간 방사선 구름이 존재하게 됩니다. 이 구름은 바람에 따라 움직이며 24~32km 지역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경우, 롱아일랜드에 낙진이 떨어지지요. 여기 직접 낙진이 떨어지는 곳에 있다면, 대피소에 있거나 그 자리를 피해야 하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지요. 그런데 안전한 곳에 있으면 실제로 생존할 수 있지요. 개인적으로 볼때 옳은 처신 방법을 아는 것과 그것을 모르는 것의 차이는 죽는 것과 사는 것의 차이이며 총사망자의 수로 보면 15만~20만과 50만~70만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21:36 따라서 21세기의 대비책은 가능하며 또한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2008년 현재 핵폭발 재해를 다루기 위해 효과적인 계획을 마련한 미국의 도시는 한 곳도 없습니다. 이 문제의 일부는 비상대책 계획자 자신들도, 개인적으로 핵폭발이라는 재앙의 심리적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마비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그들에게 "핵"이라고 하면,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이런! 우린 이제 끝났어. 무슨 일을 해도 다 소용없어" 그런데 이건 쓸데없는 일이 아닙니다. 몇 가지 상식적인 일을 통해 생존율을 올릴 수 있으니까요.
22:12 우리의 목표는 사망자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흥미롭게 생각하실지 모르는 개인적인 의견을 하나 말씀드리지요. 핵폭발에서 살아남는 핵심은 그 자리를 벗어나서 위험한 지역으로 가지 않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여기서 논하고자 하는 모든 것입니다. 폭발지점에서 멀면 멀수록 초기의 폭발 충격파로 부터 시간적으로 그리고 지리적으로 격리가 되기 때문에 더 유리하지요. 흙이나 콘크리트 혹은 지하실 등에서 외부와 더 많이 격리될 수록 더 좋지요. 인명을 구해주는 것은 결국 시간과 거리입니다.
22:46 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말한 대로, 가능한 한 그 섬광을 바라보지 않아야 합니다만, 그러지 않을 수 있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허지만 쳐다보지 않는다고 가정하지요. 그리고는 기압으로 고막이 터지지 않게 열고 있어야 합니다. 만약 폭발에 정말 근접해있다면, 말씀드린 버트 - 거북이 버트처럼 몸을 쪼그리고 보호해야 합니다. 그리고 떨어지는 물체로 부터 부상을 당하거나 압사하지 않도록 책상 밑 같은 데로 피신해야 합니다. 초기 낙진 버섯구름으로부터 피해야 하는데, 말씀드리지만 몇 분 내에 대피소나 장소를 찾아야 합니다. 바람방향에 따라 도피방향을 결정한 후 2 km 이동해야 합니다.
23:18 저쪽에 빌딩들이 많이 파괴되었고 이쪽이 덜 파괴되었으면 폭발 지점이 저쪽이니까 바람 방향의 수직 방향으로 이쪽으로 피신해야 합니다. 나와서 거동할 때는 거동하는데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피부, 입, 코를 감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가능한 빨리 오염을 제거해야 합니다. 옷을 입고 있다면, 옷을 벗고 몸에 묻었을지 모르는 방사성 물질을 샤워를 통해 씻어냅니다. 그 후에 대피소에서 최소 48~72시간 머무르면서 배터리 없이 수동으로 작동되는 라디오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방송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것이 해야 할 일입니다.
24:04 결론적으로, 이전에 비해 핵전쟁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결코 가능성이 없는 것이 아니며 핵전쟁의 경우 생존이 불가능 합니다. 한편, 핵테러는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어쩌면 이동식 핵폭탄일지도 모르지만 생존이 가능합니다. 이 사람은 미국 공중보건계에서 유명한 영웅 중 한 명인 잭 가이거입니다. 잭은 핵전쟁이나 핵테러에 상관없이 이들에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구온난화를 막고 난 후에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고 비인도적인 핵무기의 실체에 대해 무언가 해야 한다는 현실에 우리가 접해있다는 사실을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24:42 자 이것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민방위 슬라이드입니다~
(웃음)
약간 외설스럽기는 하지만 이 친구는 더 이상 사무실 벽에 붙어있지 않지요. 우리는 별로 개의치 않죠. 좋습니다. 이것은 아마 민방위 절차의 옹호자인 어떤 사람이 보냈던 것 같습니다. 하여튼, 미국은 매우 어려운 시기를 헤쳐 왔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해야 했던 일을 하지 않았고 별로 그것에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현재 온 세상을 지옥으로 돌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핵공격에서 살아남기
Surviving a nuclear attack
어윈 레드너 Irwin Redlener:
TED2008 · 25:18 · Filmed Feb 2008
Translated by Sanghoon Lee
Reviewed by Young-ho Park
• 506K views • Sep 2008
핵전쟁MAD전략(상호확증파괴전략) 핵전쟁대피요령 핵테러위협가능성4요소 핵폭탄크기 핵가방폭탄 핵폭탄제조필요물질과수량 핵클럽7개국+2개국
핵공격땐 지하 5층이나 30cm두께 콘크리트벽 뒤로 피해야
기사입력 2017-08-24 03:03 | 최종수정 2017-08-24 09:12
[동아일보]
공습경보때 대피 이렇게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연습 사흘째인 23일 오후 2시.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적의 공습에 대비한 민방공 대피훈련이 전국에서 동시에 실시됐다. 북핵 위기가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열린 훈련 현장을 동아일보 취재진이 점검했다.
◆쇼핑거리=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사이렌이 울리자 주민센터 직원 3명이 나타났다. 손에는 민방위 로고가 박힌 대형 깃발을 들었다. 행인들은 말없이 서 있는 공무원들을 멀뚱히 바라봤다. 한 외국인은 한국인을 붙잡고 “무슨 소리냐”라고 물었다. 적의 폭탄이 투하되고 지상군 공격이 시작됐을 때 나오는 공습경보였지만 시민들 표정은 한가로웠다.
공습경보가 울리면 행인들은 가까운 지하철역이나 건물 지하주차장 등 지하시설로 대피해야 한다. 만약 핵 공격이면 지하 4, 5층 깊이인 15m 아래까지 내려가야 폭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행정안전부가 만든 스마트폰 앱 ‘안전디딤돌’을 활용하면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대피소를 찾아볼 수 있다.
◆도로=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 왕복 8차로 도로를 지나던 차량들은 공무원들의 통제에 일제히 멈췄다. 일부 차량이 경적을 울렸지만 이내 잦아들었다. 8차로를 드문드문 메운 차량들은 정확히 5분 뒤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민방위 훈련 규정(5분 정차 후 이동)은 지켜졌다. 하지만 실제 공습 상황에선 차량을 오른쪽 갓길로 옮겨 정차해야 한다. 운전자는 차 키를 꽂아둔 뒤 지하시설로 피신해야 한다.
◆백화점=롯데백화점 1층 안내데스크 앞에 있던 중국인 관광객들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화장품 매장의 위치를 안내하던 데스크 직원은 사이렌 소리에 개의치 않고 설명을 이어갔다. 곧 이어 “민방위 훈련이 시작됐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하지만 화장품과 귀금속 코너 등 대부분의 직원은 별다른 동요 없이 손님을 맞았다. 한 백화점 직원은 “훈련이지만 오가는 고객들을 통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화점은 대표적인 다중이용시설이다. 공습경보가 울리면 직원들은 업무를 중단하고 손님들을 지하주차장 등 대피시설로 안내해야 한다.
◆지하 대피시설=명동 지하쇼핑센터는 대피시설로 지정됐다. 매뉴얼대로면 이 시간 몰려드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뤄야 했다. 하지만 현장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 지하에서 위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다.
비상시에는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등 전동장치 대신 계단으로 오가야 한다. 지역 민방위대장은 “지난해 민방위 훈련 때 실제 상황처럼 행인들을 통제하려다 몸싸움까지 난 적이 있다. 어차피 통제에 따를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관=이날 낮 12시 50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덩케르크’ 등 영화 상영이 한창이었다. 훈련 시작 직전인 오후 1시 55분 모든 영화가 중단됐다. 상영관에선 “잠시 후 사이렌이 울리면 20분간 멈춘 뒤 다시 이어 상영하겠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공습경보가 울리자 상영관에 있던 관객 80여 명은 직원 안내에 따라 비상계단을 통해 지하 1층의 대피시설로 지정된 마트 안으로 이동했다. 매뉴얼대로 지켜진 사례였다.
◆초고층(50층 이상) 건물=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는 123층, 높이 555m의 초고층 건물이다. 취재진은 이 건물 34층에 입주한 A업체의 대피 훈련에 참여했다. 사이렌 소리에 직원들은 비상구 계단을 통해 22층으로 걸어 내려갔다. 22층은 피난안전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피난용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었다.
일반 건물은 계단으로 대피하지만 초고층 건물은 통상 20층 단위로 1곳씩 설치된 피난안전구역으로 일단 이동한다. 이곳에는 화재나 정전에도 가동되는 피난용 엘리베이터가 별도로 있다. 높은 층에서부터 걸어서 내려가려면 오래 걸리고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정체를 빚기 때문이다.
A업체 직원들은 매뉴얼대로 대피하긴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22층 피난용 엘리베이터 앞에는 수백 명이 줄지어 있었다.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데만 20분을 기다렸다. 직원들은 “이 정도 시간이면 공습이 이미 끝났을 것 같다”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학교=서울 도봉구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은 사이렌이 울리자 모두 운동장과 1층 복도에 모였다. 교내에 별도의 지하 대피소가 없기 때문이다. 행안부 앱 ‘안전디딤돌’을 검색해 보니 서울 강북구 도봉구 동대문구 동작구 용산구 은평구 중구 등 7개구에는 학교 자체 대피소가 한 곳도 없었다. 서울시내 초중고교는 1364곳이지만 자체 대피소를 두고 있는 학교는 75곳에 불과하다.
김예윤 yeah@donga.com·최지선·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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